식충식물 (끈끈이 주걱, 벌레잡이 제비꽃, 파리지옥) 키우기
며칠 전 끈끈이 주걱의 꽃이 피었다. '세상의 모든 꽃은 아름답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작고, 여린 보라색의 꽃이 핀 것이다.
7월에 2-3차례에 걸쳐서 화분 몇개를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 시기가 시기인지라 실내에 날아다니는 초파리라도 잡으라고 들인 식충식물들은 끈끈이주걱, 벌레잡이 제비꽃, 파리지옥 3종류였다.
식충식물들을 마주할 때 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식물이 어쩌다가 벌레 혹은 작은 동물을 잡아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에 보면 미지의 지구인이 미지의 행성에 도착했을 때 지구환경과 비슷한 그곳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생물 중의 하나가 식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잡아먹는 괴기한 나무나 풀의 모습이었는데 이것이 단순히 상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실제로 지구에 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단지 지구에 있는 식충식물의 경우에는 그 크기가 작아 중, 대형 동물이나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없을 뿐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고 이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식물이 벌레를 잡아먹도록 진화한 이유는 이 역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결과물이다. 식물은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흙 속에 있는 미네랄과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광합성을 통하여 생존을 한다. N(질소), P(인), K(칼륨)은 물론이고 Ca(칼슙), S(황), Mg(마그네슘), Fe(철), Mn(망간), Zn(아연), Cu(구리) 등의 미네랄은 보통의 식물들은 흙이나 물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데 식충식물들이 자리를 잡은 땅은 척박하여 이러한 미네랄이 부족하고 이러한 부족한 미네랄을 채우기 위해 식물 주변을 돌아다니는 곤충을 잡아 이들의 사체에서 얻는 것이다.
식충식물들은 말 그대로 식물이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곤충들을 사냥하지는 못하고 자기 영역 안에 들어오는 곤충 중에서 포충낭으로 들어오거나 끈끈한 점액에 붙어 달아나지 못하는 곤충들만 잡아먹기 때문에 식충식물이 있다고 해서 집안에 초파리나 모기와 같은 곤충들이 단시간내에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식충식물이 곤충을 운좋게 잡는 것이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몇달이 걸릴수도 있다. 그리고 식충식물들은 곤충을 반드시 먹어야만 살 수 있도록 진화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집에서 기르는 식충식물이 곤충 한마리도 못 잡아 먹었다고 안타까워 할 필요도 없고 굳이 파리를 잡아서 먹이로 주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한여름부터 가을의 초입까지 길러 본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기르기 어려운 식물은 아닌 것 같다.
- 물은 저면관수를 통하여 흙이 젖어 있도록 한다.
인터넷 글에서는 하루는 저면관수로 흙을 적셔주고 2-3일은 마르게 하는 것이 좋다는 글도 있는데 3개월 내내 저면관수로 두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식충식물의 경우에는 물이 많은 것 보다는 건조한 것이 더 안좋은 것 같다.
- 흙이 젖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식물 자체를 물에 흠뻑 적시거나 방치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태풍이 왔을 때 바깥에 둔 저면관수용 용기에 물이 가득차 식충식물들의 포트가 둥둥 떠다닐 정도로 물이 가득찬 적이 있었는데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벌레잡이 제비꽃 모두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때만 저면관수용 용기에서 빼내 화분을 그냥 외기에 방치하여 물기가 어느정도 마르도록 두었더니 시간이 지나자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찼았다.
특히 벌레잡이 제비꽃의 경우에는 잎이 물에 잠겨 거의 녹다시피 하여 살기 힘들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외기에서 화분의 흙이 촉촉할 정도까지 말리고 다시 저면관수를 해 주었더니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 햇볕을 좋아한다고 하여 한여름의 땡볕에도 놔 두었고 실외의 그늘에도 놔두고 길러봤는데 땡볕이나 실외의 그늘 정도의 조도라면 키우는데 지장이 없는 것 같다. 이제 찬바람이 불어 실내로 들일 예정인데 이때는 식물등을 활용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