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강릉에서 속초 가는 길 ( feat. 테라로사, 영랑호칼국수, 아야진해변 )
    여행/국내외여행 2023. 1. 23. 07:35
    반응형

    언제인가 인스타에 빽빽하게 잘 짜여진 여행 계획서가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행선지, 시간, 비용까지 너무나 자세하고 빈틈없이 계획이 되어 있는 관계로 보는 것만으로도 나 같은 사람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전형적인 MBTI P인 나는 그렇다치고 J라고 알고 있는 딸과 와이프도 강력한 P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짝퉁 J인지 딱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P와 J는 성향 차이라기 보다는 상황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여행은 언제부터 무계획의 계획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여행의 대부분을 강원도로 가는 까닭에 좀 유명한 곳은 한두번씩은 가 보았기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그냥 가족끼리 차를 타고,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이 음식을 먹고,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같은 모래를 밟고,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그 시간이 좋은 것이다.  

     

    정동진에 있는 썬크루즈 호텔을 떠난 것은 10시 30분이 조금 넘어서였다.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딸아이는 2층 로비 한켠에 있는 베이커리에 가서 어제 체크인시에 받은 아메리카노 교환권으로 커피와 음료를 챙겨왔다. 

     

    테라로사 카페

     

    호텔에서 챙겨 온 커피를 보자 와이프가 우리 테라로사 카페나 갈까?라는 제안을 했다. "커피 있는데 또 마셔?"라는 딸 아이의 반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테라로사를 가기로 했다. 술 집에서 모임을 하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것처럼 테라로사와 같은 거대한 카페에 가면 가득한  커피향과 다른 이의 탁자 위에 놓여진 수 많은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만으로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 같은 행복감에 빠질 수 있으니까.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10분경. 설날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가득차 있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TERAROSA COFFEE라고 쓰인 하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테라로사는 이태리어로 terra(흙)+rossa(붉은)의 의미라고 하는데 브라질에서는 희망의 땅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이태리어로 terra(흙)+rossa(붉은), 붉은 흙. 빨간 벽돌이 괜히 사용 된 것이 아닌 듯 하다.

    카페로 들어가는 길. 보도블럭을 일반적으로 배치했으면 그저 평범했을 바닥이지만 방향의 변화를 준 관계로 마치 높낮이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빨간 벽돌 건물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치마자락을 움켜쥐고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있는 어린 아이마냥 붉은 벽돌이 마치 한 몸인양 붙어있는 담쟁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 된다. 

    강릉 테라로사 카페의 실내

    강릉 테라로사에는 커피 뿐이 아니라 이와 연관된 기념품이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커피나무와 자그마한 걱정인형이 매달려 있는 책갈피  2개를 골랐다. 

    테라로사를 나와 다음 숙소가 있는 고성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딸아이가 갑자기 "칼국수가 먹고 싶다"도 했다. 계획에 따라 '이번 여행에는 이것을 먹어봐야지'가 아니라 그냥 바로 지금 먹고 싶은 것을 먹는 우리는 무계획의 계획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정든식당 가려다 들른 영랑호 칼국수

     

    검색을 통하여 속초에서는 맛집으로 '한성 칼국수'와 '정든 식당'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성 칼국수는 휴무였고 정든 식당은 영업 중인 관계로 정든 식당을 가기로 했다. 속초가 가까워질수록 눈이 쌓인 주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전 강원도 폭설 상황에서  강릉보다는 속초에 눈이 많이 내린 듯 했다. 

    내비님이 알려주시는대로 따라갔더니 '정든 식당'이 보였는데 식당 주변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서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먼저 와서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인원인 듯 했다. 

    식당 주변에 차를 세우고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근처의 다른 식당으로 갔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맛집이나 줄 서서 먹는 집 혹은 무슨 방송에 출연했던 집이라고 알려진 곳 중의 일부는 일정 부분 과장되게 평가 된 부분도 있는 관계로  갔다가 실망을 한 적도 있다.

     

    일단 인터넷 검색으로 평이 좋은 그곳을 가기는 하지만 웨이팅이 길어질 것 같으면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식당에 가서 먹는 편이다. 운 좋게 웨이팅이 없다면 먹기는 하지만 굳이 오랜 시간을 기다려 가면서 음식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다음에 또 가면 되지 뭐~~

     

    나는 장칼국수를 시켰고 딸아이와 와이프는 하얀 칼국수를 시켰다.

     

    수년전에 속초에 와서 인터넷에 소개 된 또다른 장칼국수집을 가서 오랜 기다림 끝에 장칼국수를 먹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칼국수를 먹어 본 날일게다. 처음 접했던 장칼국수 맛은 대단한 맛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찾아 낸 맛집이라고 다른 곳에 가자는 나를 꾹꾹 눌러세워 장칼국수 맛을 보게한 와이프에게 이걸 먹기 위해 그렇게 오래 기다렸냐고 툴툴거린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특정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끼니일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추억도 되고 의미도 되기도 하지만, 서울 혹은 서울 근교에서 삶의 대부분을 살았던 나에게는 장칼국수는 낯설고 평범한 음식일 뿐이었다. 

     

    그런 장칼국수를 왜 시켰냐고? 딸아이와 와이프가 먼저 하얀 칼국수를 시켰기 때문에 장칼국수 한그릇 정도는 시켜서 두가지 맛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랄까.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주문한 장칼국수와 하얀 칼국수가 나왔다. 

    빨간 국물을 배경으로 하얀 칼국수 면발, 애호박, 표고버섯이 보였고 그 위에는 김과 깨 그리고 작은 소고기 조각들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먹다보니 얇게 썬 감자도 몇 조각 들어있었다. 국물을 보자면 엄청 맵고 짤것 같지만 그렇게 맵지도 않고 간 역시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  

     

    다만 국수의 양이 한, 두젓가락 정도 더 있었으면 하는 양인데 딸아이는 적당한 양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담은 김치가 마음에 든다.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곳들이 많은지라 외식할 때 중국산 김치가 나오는 식당에서는 김치를 거의 먹지 않는 편인데 식당에서 직접 담근 김치라서 좋았다. 

    저 건물 뭐지? 바다정원 카페 

    칼국수로 한끼를 해결하고 다시 고성 펜션으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건물이 보였다. '바다정원' 카페였는데 이곳을 목적지로 정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우리처럼 지나가는 길에 건물을 보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눈에 확 들어오는 카페가 바다정원이다. 그리고 카페 앞에 있는 큼직한 주차장 규모가 이곳이 유명한 곳임을 알려주는 듯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신관, 구관, 건어물 가게 등이 있고 해변으로도 연결이 된다. 카페와 건어물 가게가 연상이 안되지만 이곳에서는 쥐포, 반건조 오징어 그리고 쫀드기를 구매해서 직접 불에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휴대용 가스렌지도 준비 되었었고 개, 고양이의 간식을 판매하기도 한다. 

     

    카페가 커피와 식사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연관 제품이나 다른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듯 하다. 

    카페와 연결 된 해변.

    예전에 비해 오션뷰 카페들이 점차 늘어가는 것 같다.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다보니 좀 괜찮은 해변에는 어김없이 오션뷰 카페가 들어서 있다. 

    바다정원을 나와 청간해변에 있는 소노하임 펜션으로 향했다. 이곳은 2015년에 한번 묵었던 곳인데 이번에 다시 예약을 한 것이다. 입실시간이 30여분 남은 관계로 이곳을 지나쳐 좀 더 안쪽까지 가 보기로 했다. 

    청간해변을 지나쳐가니 아야진 해변이 나타났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의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모래만 있는 해변보다는 암석이 함께 있는 해변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청간해변이나 아야진 해변이 최고인데 아야진이 청간보다는 규모가 조금 더 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야진 해변에는 AYATT COFFEE, 스위밍 터틀과 같은 오션뷰 카페도 몇몇이 자리잡고 있다. 

    아야진 해변에 있는 AYATT COFFEE

    아야진에서 조금 더 가면 능파대와 문암해변이 나온다. 문암해변 역시 오션뷰 카페인 otb가 있다. 

    문암해변까지 갔을 때 즈음 펜션 입실 시간이 조금 지난 관계로 왔던 길을 거꾸로 하여 청간해변의 소노하임으로 되돌아갔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